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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 위원장 최승호 (브이로그, 파업 협상, 리더십)

by illpyeon 2026. 5. 24.

강경한 총파업을 선언한 노조 위원장이 3년 전에는 사내 브이로그에 출연해 직접 만든 클레이 캐릭터를 해맑게 소개하던 사람이었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처음 그 영상 캡처본을 커뮤니티에서 봤을 때 잠깐 멈칫했습니다. '이게 같은 사람 맞나?' 싶은 생경함이랄까요. 삼성전자 총파업을 이틀 앞두고 온라인에 퍼진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위원장의 과거 영상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브이로그

브이로그 속 '소통왕'과 파업 전야의 협상 테이블

3년 전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의 임직원 브이로그 콘텐츠에는 파운드리(Foundry) 5제조 부문에서 시스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등장합니다. 파운드리란 고객사의 설계를 위탁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 전문 사업부를 말합니다. 영상 속 그는 반도체 생산 효율화를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고, 100명이 넘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취합·적용·테스트하는 사후 관리까지 도맡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내 교육 강사로도 활동하며 수강생 만족도가 높다는 말도 덧붙였고요. 취미로는 포켓몬, 펭수 같은 캐릭터를 클레이로 빚는 아티스트였습니다. 제가 그 영상을 직접 찾아봤는데, 카메라 앞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웃으며 동료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그 인물은 삼성전자 역사상 첫 총파업을 이틀 앞두고 사측과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는 노조 대표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현재 협상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성과급 재원 규모: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확보하는 방안
  • 연봉 50% 상한 폐지 명문화: 기존에 비공식적으로 운용되던 상한선을 단체협약(CBA)에 정식으로 명기하는 요구

여기서 단체협약(CBA, 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이란 노조와 사측이 임금·근로조건 등을 협의해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문서로 체결하는 합의를 말합니다. 노조가 이를 '명문화'하자고 요구하는 이유는, 사측이 경영 상황에 따라 일방적으로 기준을 바꿀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못 박겠다는 의도입니다. 수십조 원대 반도체 경기 부진 속에서 이 두 쟁점이 타결되지 않으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리꾼들의 반응처럼 저도 '이때는 몇 년 뒤 이렇게 될 줄 몰랐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감상에만 머무르기에는, 지금 협상 테이블에서 오가는 숫자들이 너무 묵직합니다.

최승호

과거의 이력이 현재의 리더십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영상 재조명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점도 있습니다. 대중이 파업의 본질적인 쟁점보다 인물의 극적인 변화에 더 쉽게 끌린다는 점입니다.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 배분 비율이나 OPI(초과이익성과급) 산정 방식 같은 구체적인 수치 논의보다, '클레이 아티스트가 파업 위원장이 됐다'는 서사가 훨씬 소비하기 쉬운 콘텐츠니까요. 여기서 OPI(Opportunity Performance Incentive, 초과이익성과급)란 목표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때 그 초과분 일부를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성과 보상 제도를 말합니다. 삼성전자 파업의 핵심 갈등이 바로 이 OPI 재원 규모와 지급 상한선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 커뮤니티 댓글에서는 생각보다 잘 언급되지 않더군요.

물론 저는 브이로그 속 위원장의 과거를 단순히 낭만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이력이 현재 리더십의 모순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시각이 꽤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에서 그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직접 취합하고 적용한다"는 것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현재 노조 운영을 둘러싸고는 전체 조합원의 총의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임의적 설문으로 요구안을 확정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고,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들의 소외감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노사관계에서 내부 조합원 대표성(representativeness), 즉 다양한 직군의 의견이 골고루 반영됐는지는 노조 정당성의 핵심 기반입니다. 제 경험상 어떤 조직이든 리더가 내부 소통을 잃으면 외부 협상력도 함께 흔들리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국내 노동분쟁 조정 현황을 보면,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생산 차질과 협력업체 연쇄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됩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Supply Chain)에서 핵심 위치를 점하는 기업의 경우, 그 파급효과는 국내에 그치지 않습니다. 공급망이란 원자재 조달부터 최종 제품 납품까지 이어지는 전체 생산·유통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주력 제조업의 생산 중단이 국가 성장률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개발연구원 KDI).

브이로그를 보며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감정보다는 현재의 판단력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과거에 소통을 잘했다는 사실이 지금의 독선적인 절차를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현재의 강경 노선이 과거의 성실한 이력 전부를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은 맥락과 구조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결국 지금 노사 양측에 필요한 건, 브이로그 속 '소통왕'이 보여줬던 그 에너지를 협상 테이블에서 되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과급 재원이나 상한선 폐지 명문화 자체가 협상 불가능한 의제는 아닙니다. 다만 억지스러운 고집을 내려놓고 서로가 수용 가능한 수치의 접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총파업이 현실이 되기 전에, 협상 당사자 모두가 한 발씩 내딛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이 사안의 추이를 계속 지켜보면서 업데이트해 보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30eL5yGI8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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