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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의 역사를 아시나요? (도전 배경, 오만의 대가, HBM4 역전)

by illpyeon 2026. 4. 12.

1983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5%를 일본이 장악하던 시절에 한국의 한 가전 회사가 반도체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로부터 43년 뒤 그 회사는 전 세계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요즘 취업 시장에서 문전박대당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기묘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삼성전자에 굴욕을 안겼던 일본의 NEC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원동력으로 삼았다.

도전의 배경: 굴욕이 불을 질렀다

1983년 2월, 74세의 이병철 삼성 회장은 도쿄에서 전화 한 통을 겁니다. 내용은 단 한 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은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였고 한국 기업 매출 순위는 고작 8위였습니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20년, D램 설계 경험은 사실상 제로였습니다.

이 선언 직전에 이병철 회장은 당시 세계 반도체 1위였던 일본 NEC에 기술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NEC는 과장급 엔지니어 다섯 명을 보내 삼성의 부천 공장을 둘러본 뒤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왜 우리가 미래의 경쟁자를 키워줘야 하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에피소드였습니다. 세계 정상에 올라 있던 기업이 그처럼 노골적으로 경쟁자를 짓밟았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 취업 시장에서 스펙 하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서류 탈락을 반복하는 현실과 묘하게 겹쳐 보였거든요.

이 굴욕이 오히려 가속 페달이 됩니다. 이병철 회장은 향후 5년간 4,400억 원을 반도체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당시 삼성 그룹 전체 연간 순이익이 약 1,200억 원이었으니, 그룹이 4년 동안 벌어들일 돈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업에 쏟아붓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이후 속도는 경이로웠습니다. 기흥 공장을 선진국 기준 2~3년이 걸릴 공사를 단 6개월 만에 완공했고, 도쿄 선언으로부터 불과 10개월 뒤인 1983년 12월에 64K D램(다이나믹 랜덤 액세스 메모리) 개발에 성공합니다. 여기서 D램이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로, PC와 서버의 주 기억장치로 쓰이는 반도체입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 성공이었고, 20년이었던 기술 격차가 단번에 4년으로 좁혀졌습니다.

1992년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며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올라섭니다. 기술을 구걸하러 갔다가 문전박대당한 지 9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왕좌쟁탈전
왕의 자리는 하나뿐이다

오만의 대가: 왕좌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1993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섭니다. 그 해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신경영 선언을 한 것이 이 시기입니다. 1위에 오른 바로 그 순간에 모든 것을 다시 의심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러나 삼성도 결국 그 함정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2019년, 삼성전자 경영진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사업의 우선순위를 낮추는 결정을 내립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쉽게 말해 일반 D램이 왕복 2차선 도로라면, HBM은 10차선 고속도로라고 보면 됩니다. 당시 삼성은 이 제품을 수익성이 낮은 틈새 시장용으로 봤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판단 오류는 대개 '지금 잘 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됩니다.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하면서 판이 완전히 뒤집힙니다. AI 연산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가 필수인데, 그 역할을 HBM이 맡게 됩니다. 삼성이 외면했던 바로 그 제품이 AI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겁니다.

이 공백을 정확히 채운 것이 SK 하이닉스였습니다. 하이닉스는 2013년에 이미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회사입니다. 삼성이 관심을 끄는 동안 하이닉스는 묵묵히 기술을 다듬고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결과는 수치로 확인됩니다. 삼성 반도체의 HBM3 제품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2024년 기준 HBM 시장에서 SK 하이닉스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선 반면 삼성은 10%대에 머물렀습니다(출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 넘게 지킨 메모리 왕좌가 불과 5년 만에 흔들렸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것이 단순한 전략 실수 이상의 이야기라고 봅니다. 기술이 없어서 못 했던 1983년과 달리, 이번에는 기술도 시장도 있었는데 스스로 기회를 걷어찬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훨씬 뼈아픈 실패입니다.

삼성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NEC입니다. 1983년 삼성을 깔봤던 세계 1위 NEC는 1995년 2위, 2000년 3위로 밀리다가 결국 반도체 상위 10위권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경쟁자를 키워주지 않겠다던 그 회사가, 바로 그 경쟁자에게 밀려 시장에서 퇴장한 것입니다.

 

HBM4 쟁탈전?
HBM4 쟁탈전의 시작인가

HBM4 역전: 판을 뒤집는 방법

삼성은 이번에도 역발상을 택했습니다. 5세대 HBM3E에서 하이닉스를 따라잡는 대신, 곧바로 6세대 HBM4로 건너뛰는 도박을 선택한 겁니다. 이 전략이 가능했던 건 삼성만이 가진 구조적 강점 때문입니다.

HBM4의 핵심은 로직 다이(Logic Die)입니다. 여기서 로직 다이란 메모리 칩 더미 맨 아래에 위치해 데이터 입출력을 총괄하는 두뇌 역할의 반도체를 말합니다. 이 부품의 성능이 HBM 전체 속도를 좌우합니다. SK 하이닉스는 이 부품을 대만의 TSMC에 위탁 생산해야 하지만, 삼성은 자사 4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 없이 위탁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제조 공장을 뜻합니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세계 유일의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이 이 국면에서 결정적 무기가 된 것입니다.

2026년 2월 12일, 삼성전자는 HBM4의 세계 최초 양산 출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11.7Gbps(기가비트퍼세컨드)로 국제 표준을 넘어서는 수치였습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인 블랙웰-루빈 아키텍처에 삼성의 HBM4가 탑재될 예정입니다(출처: 삼성전자).

삼성이 역전에 성공한 이번 사례에서 주목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추격 대신 도약: 현재 세대를 따라잡는 대신 다음 세대에서 선점하는 전략
  • 수직 통합의 힘: 메모리·파운드리 동시 보유로 외부 의존 없이 핵심 부품 내재화
  • 위기 때 더 크게 베팅: 불황기와 위기 속에서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DNA 유지

제가 직접 이 흐름을 짚어보면서 느낀 건, 삼성의 반등이 단순히 기술력 덕분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43년 동안 위기 때마다 멈추지 않았던 관성, 그 축적이 이번 역전의 진짜 동력이라고 봅니다.

결국 "멈추면 죽는다"는 말은 삼성의 이야기이자,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생존 원칙입니다. 삼성이 HBM4로 왕좌를 되찾았다고 해서 이야기가 끝난 건 아닙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매년 수십조 원을 쏟아붓고 있고, SK 하이닉스는 여전히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지금의 역전을 완전한 승리보다는 '다음 위기를 맞이할 준비가 됐냐'는 물음표로 읽습니다. 정점에 섰을 때 스스로를 의심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 그것이 삼성이 43년 전 NEC에게서 배운 가장 냉혹한 교훈이기 때문입니다.

 

1983년 일본에서의 굴욕을 원동력 삼아 현재의 삼성전자가 되면서 이뤄낸 성과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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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8MjZ9iTU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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