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도 오랫동안 "10만전자"라는 말에 학습된 무력감 같은 걸 느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좀처럼 힘을 못 쓰는 동안, 저는 갤럭시 대신 아이폰을 쓰면서 삼성의 진짜 무게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2025년 1분기 영업이익 수치를 보고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삼성이 반도체라는 엔진으로 이미 세계 최상단에 올라와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실감하고 있습니다.

고성능 메모리와 영업이익: 삼성이 조용히 갈아 끼운 엔진
2025년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약 57조 2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755% 급증한 수치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착시라고 생각했는데, 비교 대상을 보고 나서야 얼마나 큰 의미인지 실감했습니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이른바 M7으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역대 최고 분기 영업이익보다도 삼성전자의 이번 분기 성과가 앞섭니다. 반도체 위탁 생산 세계 1위인 TSMC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의 이익을 거뒀습니다.
이 실적의 핵심에는 HBM, 즉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가 있습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하여 기존 메모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설계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AI 연산을 처리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에 반드시 탑재되어야 하는 부품으로, AI 시대의 핵심 소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를 엔비디아, 구글, AMD 등 글로벌 빅테크에 공급해왔고, 올해부터는 6세대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인 베라 루빈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가 직접 투자자로서 이 흐름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삼성이 단순히 수량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앞선 세대의 제품을 가장 먼저 공급할 수 있는 포지션을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밸류에이션(Valuation)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현재 주가가 실제 기업 가치 대비 얼마나 저평가 혹은 고평가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영업이익 1위 기업인 엔비디아의 약 19%, 반도체 위탁 생산 1위인 TSMC의 57% 수준에 불과합니다. 영업이익 격차는 30조 원인데 시총 격차는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은, 시장이 아직 삼성의 이익 성장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삼성전자의 현재 실적을 한눈에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25년 1분기 영업이익: 약 57조 2천억 원 (전년 동기 대비 +755%)
- 글로벌 순위: 엔비디아, 애플에 이은 톱 3 수준
- TSMC 대비 영업이익: 약 2배 이상
- KB증권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 488조 원 (기존 대비 62% 상향)

밸류에이션 매력과 투자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리스크
KB증권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분기를 기점으로 가속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327조 원, 내년에는 488조 원으로 추정치를 각각 기존 대비 49%, 62% 상향 조정했고, 목표 주가도 36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영업이익 2위, 2027년에는 1위로 도약하게 됩니다(출처: KB증권).
제 경험상 이런 숫자들은 마냥 흥분해서 받아들이기보다는 구조적인 이유가 뒷받침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이번 경우는 근거가 꽤 탄탄하다고 봅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확대되면서 서버 한 대당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 자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업계 용어로 메모리 탑재량(Content per Box) 증가라고 부릅니다. 메모리 탑재량이란 서버나 AI 가속기 한 유닛에 장착되는 메모리의 절대적인 용량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늘어날수록 메모리 제조사는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됩니다. 수요가 구조적으로 받쳐주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고객사가 쉽게 저항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D램 및 낸드 가격의 상승 흐름은 2분기에도 지속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D램(DRAM)이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실행 중인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휘발성 메모리로,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낸드(NAND) 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비휘발성 저장 메모리로, SSD나 스마트폰 내장 저장소에 사용됩니다. 두 제품 모두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 수요 확대 국면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냉정하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이폰을 10년 가까이 써오면서 갤럭시로 쉽게 넘어가지 못한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면, 성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생태계의 잠금 효과, 즉 오랫동안 길들여진 사용 환경이 핵심이었습니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영업이익 이상으로 높게 평가받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엔비디아는 CUDA라는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개발자들을 묶어두는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삼성전자는 HBM4 공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 생태계 잠금 측면에서는 아직 숙제가 남아 있다고 봅니다. 주가의 밸류에이션이 본격적으로 재평가받으려면 "삼성 없이는 AI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더 단단히 자리 잡아야 할 것입니다.
2027년 글로벌 영업이익 1위라는 전망은 숫자 자체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저는 그보다 현재의 저평가 구조가 더 흥미롭습니다. 엔비디아와 영업이익 차이가 좁혀지는 속도에 비해 시총 격차는 훨씬 크게 벌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단기 주가 등락보다 HBM4 공급 확대 일정과 메모리 가격 흐름을 주기적으로 체크해보시길 권합니다. 삼성전자 투자를 아직 고려해보지 않으셨다면, 지금이 구조적인 이유를 한 번쯤 살펴볼 시점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곧 엔비디아를 제치고 반도체의 왕좌를 쟁탈할거란 의견이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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